
우리 강남교회에는 은퇴자가 세 분이 계십니다. 이 장로님, 정 권사님, 김 권사님입니다. 2025년 1월에 이 장로님은 원로장로님으로 추대되셨고, 정 권사님과 김 권사님은 은퇴권사님이 되셨습니다. 은퇴하신 장로님과 권사님 부부는 강남 교회만을 50년 동안 꾸준히 지켜오셨습니다. 말이 50년이지 그 많은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시련이 있었겠습니까? 그분들의 교회와 관련된 삶의 여정을 잠깐 들여다보았습니다.
1974년에 작은 방에서 예배드리기 시작한 교회, 기독교장로회와의 분리과정 가운데서 지금의 교회 터를 지켜온 이야기로부터 많은 사연들을 줄줄이 쏟아내셨습니다. 줄곧 이 교회만 다니시는 것에 만족하셨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교회가 성장하고 부흥되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교회 밖으로 나가는 분들이 많아졌고, 정 권사님도 교회를 옮겨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합니다. 모두가 떠나가니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러나 이곳 강진에서는 다른 교회로 갈 수가 없어서 광주에 아파트를 임시 계약했었는데, 이 장로님의 허락을 받지 못했답니다. 마음의 안타까움과 영적인 갈급함으로 말씀을 듣기 위해 기독교 방송을 자주 들으며 위로를 삼기도 했답니다.
원로 목사님이 나가신 후에 몇 분의 목사님이 다녀가셨고, 지금의 안 목사님을 모시게 되었을 때, 그동안 50년을 기다리고 버텨온 보람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제는 기독교 방송에서 설교를 듣지 않아도 늘 은혜가 충만하고, 목사님이 하시는 일 가로막지 않고 후원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합니다. 50년을 기다려온 보람을 이제야 만끽하며 감사드린다는 말씀에 눈시울이 적셔집니다.
정 권사님은 김치 담그는 솜씨가 매우 뛰어나며, 그 외의 어떤 반찬이든지 권사님의 손길이 닿는 것은 맛이 있습니다. 조용히 앉아만 계셔도 젊은 동역자들에게 힘이 되며 따뜻한 마음을 건네줍니다. 이 장로님은 그 자체가 든든한 버팀목이며, 얼굴을 마주 보며 악수만 해도 큰 에너지를 채우는 듯, 벅차오릅니다.
이 두 분이 세월을 기다리며 지켜온 보람이 있었기에 지금의 강남교회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합니다. 허송세월이 아닌, 참으로 보람되고 소중한 세월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공든탑인 것입니다.
김 권사님은 서울에서 귀촌하여 강남교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이미 여러 가지로 하나님께서 준비시켜 보내 주신 것 같습니다. 평생동안 살아오며 많은 고난과 핍박 속에서 묵묵히 믿음을 지켜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강진으로 와서 강남교회를 만났습니다. 40년대 생으로 가장 나이가 많지만(77세), 누구보다 건강하여 아프거나 피곤함을 모르고 먼 거리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을 깨우며 기도의 단을 쌓습니다. 드럼반주로 하늘 소리 찬양단의 일원으로 열심히 사역하고 있으며, 어린이 성경묵상지를 매주 집필하고 있습니다. 또 월간 묵상집의 한 부분인 ‘작은 교회, 큰 이야기’의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붓글씨로 하나님의 말씀을 써서 서예대전에 출품하여 매년 수상을 하기도 합니다. 늦게 배운 서투른 피아노 실력이지만 열심히 연습하여 매주 수요일 새벽기도 시간에 찬송 반주를 합니다.
하루의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내는 일이 없으며, 모든 일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할 수만 있으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칭찬을하여 좋은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인 일자리라는 직장이 있어서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는 않아 가끔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심을 쓰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상황과 현실이 세월을 거쳐야만 형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뚝딱 해치워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필요한 시간과 정성과 인내를 담아내야만 얻어질 수 있는 것들이고, 그 시간들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기대 수명은 2023년 기준으로 남자가 80.6. 여자가 86.4로 평균이 83.5세라고 합니다. OECD보다 3살 정도 더 높은 수치입니다. 또 100세 이상인 인구가 1836명이라고 하니, 옛날에 비하면 수명이 훨씬 길어진 셈입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몸이 아픈 상태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성경에도 오래 산 분들의 이름이 많이 나옵니다. 가장 오래 산 이름은 므두셀라로 969세를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창5:26-27) 우리가 잘 아는 모세는 120세까지 살며 하나님의 명령을 준행하다가 죽을 때까지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다고 합니다.(신 34:7) 끝까지 이렇게 살기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중국의 유명한 진시황제는 오래 살고 싶어서 불로초를 찾아오라는 명을 내리기도 했지만 49세까지 밖에 살지 못했습니다. 우리도 예전에는 61년을 살면 장수했다고 환갑잔치를 하며 축하했던 적이 있습니다.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이라는 책에는 ‘인생 50이 되면 은퇴할 수도 있는데~~~’ 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임어당(링위탕)이 1895년생이고, 1957년에 이 책이 씌여진 것을 보면 그 시대에는 그 나이가 은퇴할 나이였는지도 모릅니다.
옛날이든 현대이든 오래 산다는 것은 복된 일이긴 합니다. 중국에서는 나이든 사람의 의견을 아주 우선적으로 존중한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과 의견충돌이 있을 때 나이 든 사람이 “네가 내 나이만큼 살아봤냐?”고 물으면 더 이상 대답을 못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경력이나 학력은 혹시 위조할 수 있어도, 인생의 나이는 위조할 수가 없습니다. 누구라도 1년에 두 살을 더할 수는 없습니다. 나이를 건너뛸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많아 늙었다고 해서 천대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1년에 365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살아내야만 1살을 더할 수 있는 귀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은(隱)이란 한문글자는 숨기다, 가리다, 속에 넣어두다, 닫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퇴(退)자는 물러나다, 그만두다, 피하다, 떠나가다,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두 글자를 합한 은퇴(隱退)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하게 지냄”이라고 합니다.
여호수아 13장 1절에서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이가 많아 늙었고 얻을 땅이 매우 많이 남아 있도다’ 그러면서 앞으로 얻어야 할 땅들을 일일이 짚어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나이가 많으니 ‘이제 너는 은퇴하고 쉬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나의 끝이 하나님의 끝이 아니며, 나의 한계가 하나님의 한계가 아닙니다’라고(25년 12월 묵상집 28p) 목사님의 묵상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경에는 은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뒤로 물러나 손을 떼고 한가하게 지낼 수가 있단 말입니까?
우리 강남교회는 은퇴자들의 식사모임이 있습니다. 은퇴자들은 매달 목사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곤 합니다. 어떤 의미나 목적을 두는 것은 아니고, 교회에서 만나는 그런 만남이 아닌, 아주 자연스러운 시간으로 사적인 이야기도 하며 떠들고, 때론 우스개 소리도 하는 그런 시간입니다. 목사님의 이러한 배려는 연장자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 생각되어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올해(2026년)부터는 그 명칭에서 은퇴란 단어를 빼고 ‘갈렙원로회’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이러한 대우를 통하여 ‘나이 듦의 멋짐’을 누리게 됩니다.
은퇴는 없습니다. 갈렙은 85세의 나이에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라고 말하며 담대하게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나가서 헤브론 땅을 취했던 것처럼, 갈렙원로회의 회원들도 모세처럼, 여호수아처럼, 갈렙처럼 살다가 모든 사역을 마치고, 주님 품에 안기게 되실 줄 믿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