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이야기

내가 바로 이스라엘이었습니다 / 이정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남교회
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6-08-16 19:09

본문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 앞에서도, 만나와 메추라기를 매일 선물처럼 받는 일상의 기적 앞에서도 의심하고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보았는데 왜 믿지 못하는가, 귀로 들었는데 왜 전적으로 의지하지 못하는가 생각하며 저는 그들을 정죄하고 판단했습니다.

매년 부활절이 다가오면 강남교회는 특별하지 않은 듯 특별한 특별새벽기도회를 5일 동안 함께합니다. 2024년 저에게 그 오일의 예배는 참 특별했습니다. 당시 저는 광주에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늘 하던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새벽에 움직이기 편한 곳에 차를 주차해 두고,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미리 아침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새벽 한 시쯤 잠들었다가 다시 눈을 떠 강진으로 향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까지 도착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실력도 없는 사람이 굳이 새벽예배 반주를 하겠다고 준비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는 잠깐 딸아이 얼굴만 보고 다시 광주로 돌아와 일상을 이어갔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새벽예배 시간에 맞추어 제 일상을 준비하며 살았습니다. 그 시간이 저에게는 참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35b7e16ea34aa10a65b6176eb7f40fb8_1786874913_0105.jpg

그런데 이제는 교회가 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꾸 제 마음속에 질문하게 됩니다. 예배가 여전히 나에게 특별한가. 혹시 습관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편안함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오늘은 2026년 특별새벽기도 네 번째 새벽이었습니다. 신명기의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이 사십 년 동안에 네 의복이 헤어지지 아니하였고 네 발이 부르트지 아니하였느니라.”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저는 제 인생 안에 말씀을 넣어 다시 되뇌어 보았습니다. “이 사십팔 년 동안에 네 의복이 헤어지지 아니하였고 네 발이 부르트지 아니하였느니라.”

정말 그랬습니다. 제 의복이 헤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제 발이 부르튼 적도 없었습니다. 제 손에 못 자국이 난 적도 없었고, 피와 물을 다 쏟아내야 할 일을 겪은 적도 없었습니다. 십자가를 짊어지고 모욕 가운데 골고다 언덕을 올라갈 일도 없었습니다. 돌멩이에 맞아본 적도 없고, 조롱과 멸시 속에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본 적도 없이 사십팔 년을 살아왔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늘 제 삶이 힘겹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를 광야 한가운데 놓여 있는 사람이라 여겼습니다. 드라마 속 가정처럼 행복해 보이지 않는 제 모습이 불행해 보였고, 다른 집의 경제적 여유가 없어 가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세울 만한 배경 없는 집안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부모님의 넉넉한 후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 늘 결핍처럼 여겨졌습니다.

35b7e16ea34aa10a65b6176eb7f40fb8_1786874930_6549.jpg

그럼에도 저는 열심히 살아냈습니다. 열심히 공부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참 괜찮은 인생이다.” 저는 저 자신에 대한 연민이 깊었습니다. 저를 가여워했고, 그래서 더 아껴주고 싶었습니다. 모태신앙으로 하나님을 알고 자랐기에 늘 하나님이 함께하신다고는 고백했지만, 단 한 번도 하나님이 나를 지켜주셔서 여기까지 살아냈다고는 고백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저는 제 과거를 자주 돌아봅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떠올랐습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저는 예배를 놓고 살아온 적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온 가족이 교회를 떠나 지낼 때에도 저는 예배를 지켰습니다. 물론 기쁨으로 드린 예배는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적어 두었던 기도 노트를 보면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가득합니다. 적은 용돈을 털어 산 책 제목이 『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였습니다. 정말 저는 하나님께 실망했었습니다. “나에게 하나님이 계시다면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십니까?” 불평과 원망이 가득한 수첩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원망 속에서도, 그 불평 속에서도, 그 예배 속에서도, 그 기도 속에서도 하나님은 저를 붙들고 계셨다는 것을 말입니다.

35b7e16ea34aa10a65b6176eb7f40fb8_1786874950_2005.jpg

요즘 저는 가장 평안합니다. 사십팔 년 인생 가운데 가장 평안합니다. 물론 사소한 일들은 여전히 매일 생깁니다. 하지만 참 평안합니다. 그런데 너무 평안해서 오히려 불안했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평안하지? 나는 이렇게 평안할 사람이 아닌데.’ 평안함 때문에 또 불안해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늘 예비하신다는데 왜 내 마음은 이렇게 평안한지 의아해서 오래도록 묵상했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평안마저 불안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기적 앞에서도 불평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바로 저라는 사실입니다. 힘든 상황을 주셔도 불평하고, 평안을 주셔도 불안해하는 사람. 제가 바로 이스라엘이었습니다.

오늘 새벽기도 시간, 기도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오래전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기억들을 붙들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한 가지가 깊이 남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저를 평안의 자리로 이끄셨는지 아주 작게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35b7e16ea34aa10a65b6176eb7f40fb8_1786874966_6854.jpg

하나님 곁에서의 평안은 편안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시려고, 작은 나눔도 큰 마음으로 나눌 수 있도록 준비시키시려고, 하나님은 저를 궁핍하게 하셨고 결핍하게 하셨고 가난하게 두셨던 것 같습니다. 부족함 속에서도 채워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시려고 힘을 주셨고 열심을 주셨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것을 나누어야 할 시간이기에 저에게 평안을 허락하셨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예전보다 가진 것이 많아진 삶도 아닙니다. 누리는 것이 훨씬 풍성해진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너무 평안합니다. 행복해서도 아니고, 좋은 일이 많아서도 아닙니다. 그냥 진짜 평안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압니다. 이 평안은 분명 나누라고 주신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인 당신을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축복하고 사랑하라고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마음입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제게 주신 이 평안을 감사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