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이야기

나의 계산을 무너뜨리신 하나님 /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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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남교회
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5-06-05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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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굉장히 계산적이고 계획적인 사람이다. 계획이 서지 않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계산을 해봐서 가능성이 없는 일에는 시작부터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내게 “신학을 공부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목사님의 권유는 그저 지나가는 말씀이려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목사님께서는 지금 내 상황과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었기에, 내가 공부를 시작할 시기나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계실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때는 정민이가 중학교 입학을 앞둔 시기였다. 이제 막 공부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하여 학원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런 형에게 자극을 받은 민영이 역시 사교육을 시작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제적으로 결코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신학을 마치는 시기가 정민이의 대학 입학 시기와 겹쳐 있었기 때문에,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었고 계산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 내가 결국 신학생이 되었다.

매일매일이 고민의 연속이었고, 어떤 답도 쉽게 정할 수 없었던 내게 하나님께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은 내 삶에서 계획한 일들을 무너뜨리시는 일이었다. 나의 계획대로 아이들도 움직여야 했지만, 보란 듯이 내 생각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사무실에서도 내가 의도한 방향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되었고, 그 책임은 온전히 내가 져야했다. 한마디로 손해 보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가정의 금전적 상황까지 생각지 못한 지출로 인해 휘청휘청하기도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쓴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왜 이런 고난이 오는 것인가, 이것이 고난인지 시련인지조차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매일같이 하나님께 울면서 기도했었다.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 원망한 나를 혼내실까 두려워 다시 매달리는… 이런 반복된 시간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내게 이런 마음을 주셨다.

“나를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께 맡겨라! 네가 아무리 계획을 세워봐라, 너의 뜻대로 되는 일은 없단다.”

그리고 나는 다시 기도하며 하나님께 여쭈었다.

“하나님, 하나님을 알고 싶습니다.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설 수 있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신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매일, 매 순간, 운전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기도했다. 심지어 자면서도, 꿈속에서도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응답은 정말 간단했다. 어떤 환상을 보여주시거나, 기도하는 중에 특별한 음성이 들리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표현이 조금 그렇지만, ‘싱거울 정도로’ 조용하셨다. 하지만 내 마음 안에서 분명히 느껴졌다. 하나님께서 나의 계산적인 마음을 사라지게 하시고, 계획하고 계산하던 그 자리에 하나님께 먼저 기도하고 묻도록 바꾸어 주셨다. 결국, 나는 하나님께 내 삶을 의뢰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다.

10편이 넘는 레포트를 쓰고, 벽돌 같은 책을 읽으며, 들어보지도 못했던 ‘서평’이라는 장르의 글을 작성하고 발표하고 있다. 솔직히 힘이 든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어 책 한 권을 읽어도 내용이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실, 책을 읽지 않는 습관을 나이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심스럽기도 하다.)

또한 신학이라는 것이 단순한 학문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내 마음의 부담도 크다. 매일 말씀을 거울삼아 나를 비춰보면 더러워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죄로 더럽혀진 나를 회개하며 다시 깨끗하게 씻어 내고, 또 말씀 앞에 서면 어제와는 또 다른 죄에 얼룩진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마치 양파 같다.

까고 또 까도 매일매일 나를 돌아보면 죄에 얼룩진 모습이 계속 드러난다. 그러나 그런 시간 속에서,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게 된다. 죄를 지은 나를 벌하고 나무라시는 분이 아니라, 내 잘못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시고, 용서를 구하게 하시며, 부족한 나의 모습이기에 내 아버지이신 하나님께 더욱 의지하도록 하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다.

내게 있어 신학이란,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설 수 있는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나를 연단하시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뜻을 알고,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과 하나 되기까지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연구하고 실천해 가는 삶. 그것이 곧 신학생의 길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나는 이 길을 반드시 잘 감당해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왜냐하면 내가 섬기고 있는 우리 강남교회는 세상 어디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교회이기 때문이다. 각자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성향도 다 다르지만, 우리 모두의 중심에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분들과 함께 교회를 세워간다는 것은, 내가 신학생으로서, 또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고자 하는 내게 큰 힘이 된다.

“예배가 삶이 되고, 삶이 예배가 되어야 한다”는 목사님의 가르침. 그리고 이 가르침을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려 몸부림치는 우리 동역자 분들의 모습은, 신학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어떤 훌륭한 교수님의 강의보다도 더 큰 울림과 감동을 내게 준다.

강남교회 동역자 분들은 나에게 ‘일타 강사’이자, 삶으로 가르쳐주시는 ‘과외 선생님’이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신학생의 길을 끝까지 완주할 것임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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