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가는 길이었다.
운전은 남편이 하고 있었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뒤좌석에서는 정민이와 민영이가 서로 찬양을 이어 부르고 있었다. 누가 먼저 부르자고 한 것도 아닌데, 한 아이가 한 소절을 부르면 다른 아이가 자연스럽게 다음 가사를 잇는다. 음은 조금씩 흔들렸고, 가사는 가끔 헷갈렸지만,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괜히 말을 얹고 싶지 않았다.
이 소리가 그냥 계속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특별한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분명히 마음이 편했다. 설명은 안 되는데, 그냥 좋았다. 이런 시간이 참 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어떻게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는지가 떠올랐다.
나는 조다영이다. 지금은 전도사 사모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처음부터 하나님을 믿던 사람은 아니다. 결혼을 앞두고 시댁에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갔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날, 이정호 전도사의 할머니께서 나를 보시고 이렇게 물으셨다.
“너 우리 정호랑 결혼하려면 하나님 믿어야 하는데, 할 수 있나?”
나는 잠깐도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대답했다.
그 말은 쉽게 나온 말은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대충 넘기기 위해 한 대답도 아니었다. 그때의 나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
다만 그 진심을 바로 삶으로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하나님을 믿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 믿음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 약속은 실천되지 못한 채로 남았고, 나는 그 말을 가슴 한쪽에만 두고 살았다. 잊은 것은 아니었지만, 꺼내어 살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 이후로 나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나님을 부정하며 살았던 것도 아니고, 일부러 멀리하려 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살다 보니 하나님과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멀어져 있었다. 마음 한편에 약속 하나를 남겨 둔 채로, 다른 일들에 더 바빴다.
그러다 어느 날, 하나님을 만났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하나님을 만난 그날 이후로 내 마음이 예전 같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만났을 때, 내 마음은 이상했다. 설명은 안 됐고, 이해도 안 됐다. 그냥 그때는, 더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교회를 나오고 나서 삶이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부터 큰 일들이 연달아 찾아왔다. 친정 아버지와의 이별, 그리고 엄마와의 이별. 지금도 쉽게 말로 꺼내기 어려운 시간들이다. 남편과의 갈등도 있었고, 사무실에서의 관계 속에서 마음이 많이 다친 일들도 있었다. 하나님을 만나면 삶이 조금은 수월해질 줄 알았는데, 내 삶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때그때 마음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상황은 그대로였고, 아픈 건 여전했지만, 마음이 바닥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 누가 옆에서 계속 붙들고 있는 것처럼, 넘어지지는 않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위로였다. 문제를 없애 주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그 자리를 지나가게 해 주는 방식으로.
남편이 신학의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처음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었기에, 마음이 아주 무겁지는 않았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감당 가능한 선택처럼 보였다. 그런데 1년쯤 지나, 하나님의 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며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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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얼굴에는 걱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불안했고, 고민이 많았고, 그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다 남편이 내게 물었다.
“당신은 왜 그렇게 태평해?” 속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나도 걱정된다고. 나도 불안하다고. 나라고 마음이 편하겠냐고. 아이들 생각도 나고, 생활 생각도 나고, 앞날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안 불안하겠냐고.
그런데 그때 내 안에는 다른 말이 먼저 있었다. 하나님이 부르신 자리에 서겠다는 사람을 하나님이 책임지지 않으시면, 누가 책임져 주겠냐는 생각이었다. 하나님 믿고 가보자는 마음. 그게 대단한 믿음이라기보다는, 그때 내 마음에 그냥 놓여 있던 생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남편이 얄미웠다. 그렇게 불안해하면서도 결국 결단을 향해 가는 모습이, 나에게는 더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도 하나님이 나를 조금씩 믿음의 자리로 옮기고 계셨던 시간이었다.
지금은 남편이 전도사로 임명을 받고, 사역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직장을 그만둔 지도 벌써 세 달이 지났다. 여전히 걱정은 있다. 현실적인 계산도 하고, 앞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운 날은 거의 없다. 언제 우리 가정에 큰 일이 생길지, 또 어떤 결단 앞에 서게 될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2025년 마지막 그날, 하나님이 나를 만나주셨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다. 잘 살아와서가 아니라, 여기까지 그냥 데리고 와 주셨다는 게 고마웠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2026년을 떠올리며, 그때도 하나님이 또 나를 만나주시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설렘이라고 말하기엔 조심스럽고, 기대라고 하기엔 아직 현실이 가까웠지만, 그래도 감사했다.
앞으로의 일을 나는 모른다. 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 내 곁에 함께 계신 하나님이 계시다는 건 분명했다. 그래서 오늘을 버틴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금 떨리지만, 그래도 이 삶을 안고 세상 쪽으로 한 발 더 내딛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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