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슬묵상

(금) 사무엘상 23:15-29 / 고난, 연단만을 목적하셨는가 / 안병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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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남교회
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26-05-0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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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다윗이 사울이 자기의 생명을 빼앗으려고 나온 것을 보았으므로 그가 십 광야 수풀에 있었더니

16 사울의 아들 요나단이 일어나 수풀에 들어가서 다윗에게 이르러 그에게 하나님을 힘 있게 의지하게 하였는데

17 곧 요나단이 그에게 이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 아버지 사울의 손이 네게 미치지 못할 것이요 너는 이스라엘 왕이 되고 나는 네 다음이 될 것을 내 아버지 사울도 안다 하니라

18 두 사람이 여호와 앞에서 언약하고 다윗은 수풀에 머물고 요나단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니라

19 그 때에 십 사람들이 기브아에 이르러 사울에게 나아와 이르되 다윗이 우리와 함께 광야 남쪽 하길라 산 수풀 요새에 숨지 아니하였나이까

20 그러하온즉 왕은 내려오시기를 원하시는 대로 내려오소서 그를 왕의 손에 넘길 것이 우리의 의무니이다 하니

21 사울이 이르되 너희가 나를 긍휼히 여겼으니 여호와께 복 받기를 원하노라

22 어떤 사람이 내게 말하기를 그는 심히 지혜롭게 행동한다 하나니 너희는 가서 더 자세히 살펴서 그가 어디에 숨었으며 누가 거기서 그를 보았는지 알아보고

23 그가 숨어 있는 모든 곳을 정탐하고 실상을 내게 보고하라 내가 너희와 함께 가리니 그가 이 땅에 있으면 유다 몇 천 명 중에서라도 그를 찾아내리라 하더라

24 그들이 일어나 사울보다 먼저 십으로 가니라 다윗과 그의 사람들이 광야 남쪽 마온 광야 아라바에 있더니

25 사울과 그의 사람들이 찾으러 온 것을 어떤 사람이 다윗에게 아뢰매 이에 다윗이 바위로 내려가 마온 황무지에 있더니 사울이 듣고 마온 황무지로 다윗을 따라가서는

26 사울이 산 이쪽으로 가매 다윗과 그의 사람들은 산 저쪽으로 가며 다윗이 사울을 두려워하여 급히 피하려 하였으니 이는 사울과 그의 사람들이 다윗과 그의 사람들을 에워싸고 잡으려 함이었더라

27 전령이 사울에게 와서 이르되 급히 오소서 블레셋 사람들이 땅을 침노하나이다

28 이에 사울이 다윗 뒤쫓기를 그치고 돌아와 블레셋 사람들을 치러 갔으므로 그 곳을 셀라하마느곳이라 칭하니라

29 다윗이 거기서 올라가서 엔게디 요새에 머무니라

 

사울의 집요한 살해 시도 앞에서 다윗은 십 광야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15). 광야의 수풀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황무지이며,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곳입니다. 그곳에 몸을 숨기고 있는 다윗의 모습은 그의 처지가 얼마나 처절한지를 말해줍니다. 오랜 도피 생활은 그로 하여금 많은 것을 잃게 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것은 굶주림과 두려움이었습니다. 다윗이 도피 생활을 시작하던 때에 놉의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나아가 왕의 명령을 핑계로 먹을 것을 구하였던 사건은 그의 삶의 시작부터 식량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21:1-6). 시간이 흐르면서 다윗을 따르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 아둘람 굴에서는 장정만 사백 명이었고, 그일라를 떠날 때에는 육백 명에 이르렀습니다(22:2), (13). 어린아이와 여인과 노인들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았을 것입니다. 이는 곧 식량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은 블레셋에게 고통받던 그일라 백성들을 도피 중에도 외면하지 않고 구원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그는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백성들에게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음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도피 생활 속에서 가장 두려운 적은 사울이 아니라 굶주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십 광야 수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이미 그들이 사울의 공격 이전에 굶주림과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다윗에게 깊은 고통과 낙심을 가져다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게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것은 자신의 굶주림이 아니라 자신을 따라온 사람들의 굶주림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물질적 풍요가 따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순종의 길이 때로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사울과 다윗의 삶을 비교해 보면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처음에는 겸손하였으나 사울은 점점 자기중심적인 길로 나아갔고, 다윗은 하나님 앞에서 신실한 종으로 남기를 힘썼습니다. 성경은 왕으로 세움받기 전 사울의 고난에 대해서는 거의 기록하지 않지만, 다윗의 고난에 대해서는 매우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고난 당하기 전에는 내가 그릇 행하였더니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시 119:67). 고난이 사람을 말씀 앞으로 이끄는 통로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고백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은 남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을 택하시고 기름 부어 세우셨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극심한 고통 가운데 두셨는가 하는 것입니다. 다윗의 삶은 왕이 되기 전뿐만 아니라 왕이 된 이후에도 계속되는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들들의 반역까지 경험하며 그의 삶 전체가 고난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경은 광야에서 광야로 이어지는 그의 도피 경로를 통해 하나님께서 단순히 그의 믿음을 연단하시기만을 목적하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고난 속에서 다윗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주목하셨습니다.

그일라 사건 이후 성경에는 다윗이 하나님께 길을 묻거나 에봇을 통해 응답을 받았다는 기록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그에게 이미 충분한 빛을 주셨고, 이제는 그 빛을 따라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셨음을 시사합니다. 사람은 극심한 고난 속에 있을 때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를 갖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그는 성읍으로 들어가면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고, 성벽과 백성들을 방패 삼아 사울의 공격에 대비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가 그러한 선택을 했다면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도피 경로는 사람들의 보호를 받는 성읍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척박한 광야로 이어졌습니다(15), (25). 이는 사울의 공격이 성읍에 미칠 경우 무고한 백성들의 희생이 따를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굶주리고 고통을 당하더라도 한 생명이라도 무고하게 희생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선택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매우 귀한 것이었습니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께서 “양 떼를 치는 데에서 그를 취하여 자기 백성 야곱을 기르게 하셨다”고 증거합니다(시 78:71). 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지도자를 세우시는 기준이 됩니다.

이처럼 다윗과 그의 사람들은 광야에서 굶주림과 두려움, 그리고 끊임없는 추격이라는 삼중의 고통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절망이 깊어질 때 사울의 아들 요나단이 다윗을 찾아와 그를 위로합니다. 그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 아버지 사울의 손이 네게 미치지 못할 것이요 너는 이스라엘 왕이 되고 나는 네 다음이 될 것을 내 아버지 사울도 안다”고 말합니다(16-17). 요나단의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확신의 메시지와 같았습니다.

그러나 요나단이 돌아간 후에도 다윗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18). 오히려 십 사람들이 사울에게 나아가 다윗의 은신처를 고발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19-20).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쉽게 낙심합니다. 그러나 믿음은 현실이 바뀌는 것을 통해 자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붙들고 현실 속에서 싸울 때에 자라납니다. 야고보는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고 말합니다(약 1:4).

사울은 십 사람들의 고발을 듣고 그들을 축복하며 다윗을 철저히 정탐하라고 명령합니다(21-23). 그는 자신이 다윗을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실제로 그는 마온 광야까지 추격하며 거의 다윗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그때 하나님께서는 블레셋의 침입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을 통해 사울의 발걸음을 돌리십니다(27-28). 사울이 기회라고 여겼던 순간이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가야 하는 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람의 눈에 기회로 보이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는 기회가 아닐 수 있습니다. 불의한 방법으로 얻는 유익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을 고난 가운데 두셨지만, 그 고난 속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셨고, 그 선택을 통해 그의 마음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보시고 그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셨습니다. 광야와 같은 삶 속에서 우리는 종종 하나님의 뜻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고난 속에서도 여전히 역사하시며, 그분의 뜻을 이루어 가십니다. 고난은 단지 견뎌야 할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선택이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빚어 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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