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의 시간은 참으로 길고도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췌장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고, 10차까지 이어진 긴 항암 과정은 두려움과 고통으로 가득한, 칠흑같이 어두운 터널을 걷는 것 같았습니다.
췌장암 2기. 의료 파업이 아니었다면 바로 수술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병원 사정으로 인해 수술은 미뤄지고 먼저 선항암 치료를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6월 25일, 26일에 수술 적합성 검사를 한 후 결과가 좋다면 7월 1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7개월이라는 시간을 항암으로 버티며, 병기의 진행이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함 속에 오직 하나님께만 맡길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고난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처음 4차 항암, 즉 한 사이클을 마치고 종양이 줄어들기를 내심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검사 결과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8차 항암을 마치고 화순 전남대병원에서 검사했을 때에는 혈관까지 전이가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그 진단서를 들고 서울아산병원에 갔을 때는, 수술까지 2개월이 남아 있던 상황이라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그러나 아산병원 교수님은 담담히 말씀하셨습니다.
“혈관 전이가 있으면 잘라내고 인공혈관으로 하면 됩니다. 항암을 두 번 정도 더 하고 오세요.”
그 말씀은 마치 하나님께서 직접 위로하시는 듯했습니다. 절망이 아니라, 여전히 수술의 희망이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물론 항암이 반복되면서 체력은 떨어지고, 체중도 줄고, 병원에 대한 두려움과 노이로제가 심해졌습니다. 그러나 “수술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목사님을 비롯한 동역자들의 끊임없는 중보기도, 온 가족의 헌신, 두 딸과 사위의 눈물어린 사랑, 그리고 형제 자매들의 끊임없는 손길은 저를 외롭지 않게 했습니다. 오히려 고난 중에도 더 풍성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 머물 수 있었습니다.
수술 날짜가 다가오던 중, 몇일 전부터 컨디션이 떨어지고 가슴 통증과 소변 색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그러나 새벽 제단을 통해 기도하며, 안수집사로서의 사명을 끝까지 감당케 하실 하나님을 의지하며 7월 15일 아산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입원 첫날은 수술 병실 자리가 없어 다른 병동에서 머물러야 했습니다. 아무 검사도 없이 하루를 보낸 후, 다음 날 본 병동으로 옮겨 채혈과 CT 검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간 수치가 정상 0~50인데 690, 황달 수치는 정상 1.2 이하인데 5.5까지 치솟아 있었습니다. 이 수치로는 수술이 불가능했습니다. 옆 병실의 환자도 같은 이유로 수술을 미루고 3주 넘게 치료 중이라는 소식을 듣자 절망감이 몰려왔습니다.
저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지금까지 일하셨는데, 이러시면 안 되지 않습니까?”
정말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듯했습니다. 결국 췌장 담관 스텐트 시술을 하기로 결정되어 급히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수술 이틀 전 시술을 하고 과연 급격히 치솟은 수치가 내려갈 수 있을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아산병원 교회 전도사님이 병실로 찾아와 함께 기도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치료의 주관자가 되시고, 의사가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구했습니다.
시술은 길지 않았으나 간 수치는 더디게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새벽 제단에서 다시 기도할 때, 황달 수치가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병원은 여전히 조심스러워 했고, 수술 당일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밤은 뜬눈으로 지새우며 오직 하나님께 수치가 안정되도록 간구했습니다.
마침내 수술 당일이 되었습니다. 수치는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고, 복강경으로 먼저 확인한 후 전이가 없으면 바로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수술실 앞에서 두 딸과 함께 기도했습니다.
“주님, 이제부터는 주님이 일하여 주시옵소서.”
오전 7시 30분에 들어간 수술은 오후 12시가 되도록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었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결국 9시간 만에 수술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교수님은 “너무 어려운 수술이었다”고 말씀하셨지만, 남편은 중환자실로 가지 않고 곧바로 병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통증은 컸으나 의식은 또렷했고 얼굴빛도 비교적 좋아 보였습니다.
다음 날부터는 곧장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공을 불고 걸으며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내부 장기의 변동으로 더 큰 고생을 한다고 하여, 고통을 안고서라도 운동을 이어갔습니다. 큰 병원답게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도 하나님의 세밀하신 손길을 경험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느낀 것은, 놀라운 의료진의 기술과 체계적 처방조차도 하나님의 인도하심 아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모든 만남과 모든 과정을 주관하신 하나님의 일하심과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
돌아보면, 고난 중에도 하나님은 결코 저를 혼자 두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더 풍성한 사랑과 동행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이제 앞으로도 예방 항암과 혈당 관리 등 걱정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함께하신 하나님께 맡기며 나아가겠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깊이 묵상하며 성숙하고 성장하는 주님의 자녀로, 강하고 담대하게 예배자로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살아계셔서 역사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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