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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함께 하신 계획표 /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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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남교회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5-09-0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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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낸 시간이 6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 교실 안은 아주 깨끗했습니다. 눈에 보이기에 예쁘게 정리되어 있었고, 좌석 배치도 제가 생각하기에 편리하게 해두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책장이 더 생기고, 책상은 동선에 맞춰 움직여졌으며, 책은 항상 쌓여 있고 시험지는 매일 정리하지 않으면 난장판이 될 정도로 많이 쌓입니다. 늦은 밤 열 시가 조금 넘은 시간까지 수업을 정리하고 나면 시험지를 정리합니다. 그날의 학습이 궁금하실 부모님들께 카톡으로 그날의 학습 내용을 전달해 드립니다.

아이들이 학습한 책을 채점합니다. 한 문제 한 문제 어떻게 풀어냈는지 확인하고, 어떤 부분에서 오답이 생긴 것인지 찾아서 기억합니다. 그래야 어떤 부분을 다음 수업에 챙길지 계획할 수 있으니까요. 채점은 아주 꼼꼼하게 합니다. 노트에 풀어낸 문제들의 풀이를 한 줄 한 줄 체크합니다. 답만 맞았다고 수학 문제를 잘 푼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확인하고 나면 언제나 12시가 넘습니다. 부랴부랴 집에 가서 진짜 잠만 자고 나옵니다. 어머님들이 궁금한 것이 많으십니다. 답변도 해드려야 하지요. 또한 요즘 선생님들의 수업 방법도 궁금합니다. 문제 풀이의 방법도 많이 바뀝니다. 그분들의 방법을 배워야 하니 틈틈이 인기 강사님들의 강의도 봅니다. 참고해야 할 것과 보충해야 할 것들, 내가 버려야 할 습관들을 메모하며 기억합니다.

예민한 아이들을 매일 만나야 하니 아이들의 상황에도 예민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표정이 다르면, 평소보다 목소리가 작으면 왜 그런지 아이들의 상황도 살펴야 합니다.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혹시 나의 언어가 그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까 봐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곱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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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저의 하루입니다. 하루가 모여서 일주일이 되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나더군요. 겨울이 봄이 되고, 여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강진에서 참 대단한 학원을 꿈꿨습니다. 최고의 아이들을 모아서 최상의 학습을 나눠주는 목표로 각오가 대단했습니다. 얼마 전 목사님께서 저를 보시며 답답하셨다고 하셨지요. 왜 계속 딴짓만 하는지 염려도 되셨을 겁니다. 옆에 있는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엄마도, 할머니도, 희수도, 광주에 있는 우리 양필선이도, 이정호 집사님도, 조다영 집사님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답답했을 것입니다. 이옥희 권사님과 최명섭 선생님도 많이 답답하셨을 거예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겁이 났던 것 같습니다. 시작되면 책임이 될 것들, 그래서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오늘 주일 설교 말씀을 들으면서 그때의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애굽 땅의 노예 생활이 차라리 낫다고 말하며, 광야에서의 고생을 싫어하여 먼 길을 돌아 가나안으로 들어갔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이, 오롯이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저에게 필요했던 광야 수업의 시간이었습니다.

실패가 두려웠고, 시작이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저를 깨부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최대한 늦춰서 그 두려움에 대한 직면의 시간을 멀리하고 싶었습니다. 늦춘다고 늦춰질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굉장히 게을렀습니다. 결정도, 진행도 최대한 답답하게 했습니다.

그 시간들이 저에게 쓸모없는 시간인 줄 알았습니다. "두려워 말라. 약할 때 강함 되시는 하나님을 믿지 못하느냐?" 저는 겁쟁이였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이 저에게 의미 없는 시간인 줄 알았습니다.

강진에서 시작된 저의 생활은 이랬습니다. 새벽에 눈을 뜨지 못해 예배에 나아가지 못하면 하루 종일 하나님께 죄송했습니다. 기도와 말씀으로 시작하지 못한 하루가 무거웠습니다. 하루 종일 말씀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곱씹어 보고, 읊조렸습니다. 그런데 나의 생활과 행동 속에는 어느 것 하나 말씀 안에서의 삶이 없었습니다. 부딪혔고, 매일 깨졌고, 매일 눈물이 났고, 불안했고, 또 두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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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밖에 살아내지 못하는 내가 참 미웠습니다. 목사님의 전하시는 말씀이 때로는 머리를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차마 하나님을 원망하지 못해 목사님을 원망할 때도 있었습니다. 나의 온 생활이 교회에 얽매이는 것 같아 답답할 때도 있었습니다. 어릴 적 교회의 모든 설교와 예배와 모든 것이 나의 주말을 속박한다고 여긴 적도 있습니다.

한창 재미있을 대학생 시절, 귀하디귀한 주말을 온전히 교회 안에서만 보내야 하니 부담되고 싫었고 반항심이 일기도 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은 꼼짝없이 교회에서 지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교회의 시간은 사람에 대한 의리였고,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에 대한 책임감이었습니다. 그저 나를 위해, 나를 높이기 위해 사용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은 헛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하나님과 친밀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알고 하나님의 은혜를 알아가는 지금 47살의 저는 그 시간이 귀하디 귀합니다. 주말이요? “앗싸! 예배하는 날이다!” 매일의 예배 시간이 귀합니다. 물론 속상할 때도 있고, 게으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주일 식사 준비 전에 기도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나누게 해 주시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식사 시간이 되게 해 달라고, 저를 행복한 마음으로 가득 채워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런데도 주말이 벅차고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전해 주시는 말씀이 귀합니다. 말씀으로 깨지고 부서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마음이 속상해서 울 때도 있고, 바빠서 정신없이 속상해질 때도 있지만, 하나님은 뒤를 돌아보게 하시지 않습니다. 나를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역사가 궁금한 시간들입니다. 그래서 감사하고, 주일이 귀하며, 말씀이 달디답습니다. 주일에 저를 사용하심이 연단이 필요한 저를 가르치시는 시간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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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나님께서 제게 말씀하십니다.

“정현아, 너에게는 필요한 시간이야. 훈련이 필요하단다. 연단이 필요하단다. 어른이 되려면, 그리고 나의 사랑을 전하려면 연습과 훈련이 필요해서 널 그렇게 쓰고 있으니, 정현아, 힘들고 투덜대는 거 다 괜찮다. 그런데 투덜거리고 분노하는 그 모든 것을 날 떠나지 말고 내 곁에서 할래? 내 안에서 해 줄래?”

내가 꿈꾸던 학원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 공간은 다른 방향으로 꽉 채워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 생각과 욕심으로 채우려 했지만, 하나님은 하나님의 방향과 목표로 이곳을 채워 주십니다.

이 학원 안에서 아이들의 말씀 묵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하나님 이야기를 꺼냅니다. 학원에서 종교성을 드러내는 것은 ‘절대 금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깨닫습니다. 내 부모를, 내 하나님을 부끄러워했구나.

이곳은 저를 깨닫게 하고 성숙하게 하는 공간입니다. 제가 노력해서, 제가 모든 것을 해내서 채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저를 통해 하나님께서 채우게 하십니다. 두려움도 하나님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두려워하지 않음은 오직 하나님께서 함께 계심을 믿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강남교회에서의 제 사역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저를 통해 하나님의 일이 조금이라도 채워진다면, 기꺼이 사용되기를 기도합니다. 함께 기도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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