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시간, 나의 자리는 신디 앞입니다.
처음 낯선 강남교회에 들어와서 제가 앉은 자리는 정수기 쪽 뒤에서 두 번째 줄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목사님께서 희수와 함께 앞쪽으로 옮기면 좋겠다고 하셔서 중간 부분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예배 시간에 저는 늘 맨 뒷자리를 좋아했습니다. 일찍 도착하든, 늦게 도착하든 늘 뒤쪽 귀퉁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편했습니다. 그런데 앞자리, 그것도 중앙으로 옮기라는 목사님의 말씀은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배 후에 희수와 장난을 치며 신디를 뚱땅거렸습니다. 초등학교 때 다녔던 피아노 학원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신 목사님께서 지나가시며 물으셨습니다.
“언제부터 신디 치실 거예요?”
“네?”
그렇게 저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신디 앞, 피아노 앞자리가 되었습니다.
교회의 반주자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만 설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제든지 찬양을 멋지고 근사하게 연주할 수 있는 전문가만 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반주나 찬양은 언제나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강남교회의 찬양팀이, 그리고 제가 앉게 된 이 자리가 처음에는 참 어색하고 낯설고 이상하고, 평범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목사님과 저, 희수, 그리고 반주자이신 사모님 이렇게 네 명이서 찬양팀을 시작했습니다. 목사님은 기타를, 사모님은 피아노를, 희수와 저는 마이크를 들고 찬양을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부족한 저희를 하나하나 채우기 시작하셨습니다. 김봉연 권사님의 드럼 소리가 얹어졌고, 희수의 바이올린이 함께 했습니다. 목소리가 저음이라 안 된다고 하시던 김숙자 권사님께서 탬버린을 들고 함께 시작해주셨습니다. 아나운서처럼 또렷한 목소리를 가지신 이옥희 권사님도 쑥스러워하시면서 함께 찬양하셨습니다. 광주로 파송된 청년, 이서현 권찰님도 함께했습니다.
이정호 집사님이 참여하시더니, 정민이도 함께했습니다. 머뭇거리며 제 옆에 앉아 있던 민영이도 찬양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일찍 와서 자리를 지키며 앉아 있던 우리 조다영 집사님도 당당하게 섰습니다. (물론 아직도 음치지만, 찬양은 은혜로 드리는 것이잖아요. 많이 놀라고, 또 많이 감사하며 함께합니다.) 이제는 마이크가 부족할 만큼 많은 찬양팀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 앞자리에 제가 앉아 찬양합니다.
찬양팀의 한 분 한 분을 바라보며 찬양할 수 있습니다. 한 음 한 음 정성껏 눌러 연주하시는 사모님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찬양합니다. 바이올린을 켜는 딸을 바라보며 찬양합니다. 설교 시간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스러울 만큼 찬양에 온 힘을 쏟는 목사님을 바라보며 찬양합니다. 찬양의 가사를 한 자 한 자 울음을 삼키며 읽어내는 동생을 바라보며 찬양합니다.
동생이 울면 저도 함께 눈물이 납니다. 사연 있어 보이는 남매로 보일까봐 둘이서 염려도 합니다. 가끔 마이크 줄을 길게 돌리며 장난치는 조카들을 흘깃 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찬양하는 조카들의 모습에 또 눈물이 납니다. 전에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치며 온갖 음치의 끝을 보여주었던 우리 올케의 찬양도 봅니다. 눈물이 납니다.
바이올린을 켜면서 입술을 움직이며 찬양하는 딸아이도 바라봅니다. 주먹 쥔 손을 들고 수줍게 찬양하는 옥희 권사님, 뜨겁게 눈물을 흘리면서도 센터 자리에 서 계시는 숙자 권사님, 온 신경과 마음을 모아 손가락으로 정성껏 찬양하시는 사모님을 바라보며 찬양합니다. 박자가 가끔 늦어지기도 하지만 언제나 정성을 다해 준비해 오시는 봉연 권사님의 스틱을 바라보며 찬양합니다.
저의 찬양의 자리는 은혜의 자리입니다.
저는 매주 예수님을 닮고 싶어 몸부림치는 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가끔 희수가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는 앉아 있잖아. 나랑 한 번 바꿔!!!”
물론 저는 바이올린 자리에 설 수 없습니다. 못하니까요.
하지만 바이올린을 못 쳐서가 아니라, 이 은혜의 자리에서 찬양을 포기할 수 없기에 자리를 바꿀 수 없습니다. 만약 다음에 제가 다른 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리게 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게 하시고, 또 다른 은혜를 부어주실 것입니다.
지금 나의 자리!
하나님 앞에서의 나의 자리!
저는 그 자리를 기억하고, 매일 하나님 앞에 앉아 있겠습니다.
나의 자리는 하나님 앞, 맨 앞자리입니다.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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