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모세가 일어나 다단과 아비람에게로 가니 이스라엘 장로들이 따랐더라
26 모세가 회중에게 말하여 이르되 이 악인들의 장막에서 떠나고 그들의 물건은 아무 것도 만지지 말라 그들의 모든 죄중에서 너희도 멸망할까 두려워하노라 하매
27 무리가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의 장막 사방을 떠나고 다단과 아비람은 그들의 처자와 유아들과 함께 나와서 자기 장막 문에 선지라
28 모세가 이르되 여호와께서 나를 보내사 이 모든 일을 행하게 하신 것이요 나의 임의로 함이 아닌 줄을 이 일로 말미암아 알리라
29 곧 이 사람들의 죽음이 모든 사람과 같고 그들이 당하는 벌이 모든 사람이 당하는 벌과 같으면 여호와께서 나를 보내심이 아니거니와
30 만일 여호와께서 새 일을 행하사 땅이 입을 열어 이 사람들과 그들의 모든 소유물을 삼켜 산 채로 스올에 빠지게 하시면 이 사람들이 과연 여호와를 멸시한 것인 줄을 너희가 알리라
31 그가 이 모든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이 섰던 땅바닥이 갈라지니라
32 땅이 그 입을 열어 그들과 그들의 집과 고라에게 속한 모든 사람과 그들의 재물을 삼키매
33 그들과 그의 모든 재물이 산 채로 스올에 빠지며 땅이 그 위에 덮이니 그들이 회중 가운데서 망하니라
34 그 주위에 있는 온 이스라엘이 그들의 부르짖음을 듣고 도망하며 이르되 땅이 우리도 삼킬까 두렵다 하였고
35 여호와께로부터 불이 나와서 분향하는 이백오십 명을 불살랐더라
다단과 아비람을 부르려고 사람을 보냈지만, 그들이 거부하자 모세는 직접 장로들과 함께 그들에게 나아갑니다(23). 그러나 모세가 간 것은 그들을 구원하려 함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내가 순식간에 그들을 멸하려 하노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21). 모세와 아론이 엎드려 회중들 중 미혹된 자들을 구원해 달라고 간구했던 만큼(22), 그들의 장막 근처에 있던 회중들을 구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회중은 고라, 다단, 아비람의 편에 있었지만, 장로들은 모세와 아론의 뒤를 따르며 하나님을 신뢰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고라 일당과 함께했던 이백오십 명의 지휘관들은 이미 싸움의 주도권이 그들 쪽에 있다고 판단했기에, 모세와 아론을 따르는 일은 곧 죽음을 각오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장로들은 대세를 따르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뜻을 좇은 자들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모세는 회중에게 “이 악인들의 장막에서 떠나고 그들의 물건은 아무 것도 만지지 말라 그들의 모든 죄 중에서 너희도 멸망할까 두려워하노라”고 외칩니다(26). 이는 고라일당과의 철저한 단절을 선언한 것으로, 하나님 앞에 백성이 회복의 기회를 얻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모세는 단순한 권면이나 호소가 아닌 중보자로서, 불의에 물든 이들을 향해 회복의 기회를 주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한때 불의의 편에 서서 하나님을 대적하고 악인들과 함께 했지만, 일시적으로 미혹된 그들까지 죽음에 내버려두지 않고, 그들이 사용한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함으로써 관계적, 제의적으로 철저한 분리와 단절을 요구한 것입니다. 우리는 죄에 무감각해지고 관대해지는 관계에 대해 결단하며 청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된 관계는 하나님을 향해 거룩하게 나아가도록 돕지만, 불의한 관계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자신뿐만 아니라 따르는 자들까지 멸망에 이르게 합니다. 한 사람의 중보가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중보로 인해 악인을 따르던 자들 모두를 멸망시키려 했던 뜻을 돌이키셨습니다. 지도자는 분노나 감정에 따라 행해서는 안 되며,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사랑과 인애를 실천해야 합니다.
무리가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의 장막 사방을 떠나자, 다단과 아비람은 처자와 유아들과 함께 나와 자기 장막 문에 섭니다(27). 모세가 사람을 보내어 공의로우신 하나님 앞에 나아올 것을 촉구했을 때, 그들은 “네가 우리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이끌어 내어 광야에서 죽이려 함이 어찌 작은 일이기에 스스로 우리 위에 왕이 되려 하느냐”고 하며 모세의 사역을 왜곡해 비판했습니다(13). 그러나 추종자들이 떠나자 스스로 나와 장막 문에 선 것입니다. 결국 그들이 의지했던 것은 사람의 세력이었고, 그것이 자신들의 힘이었음을 드러낸 셈입니다. 하나님을 멸시하고 분별력을 잃은 다단과 아비람으로 인해 그들의 처자들까지 불행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모세에게 “네가 이스라엘의 눈을 빼려 하느냐”고 비난했던 그들이 오히려 온 이스라엘이 보는 앞에서 가족들과 함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초라한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보내어 심판하게 하신 것임을 밝히며, 자신이 임의로 한 일이 아님을 선포합니다(28-30). 땅이 입을 열어 악인들과 그들의 소유물을 삼켜 산 채로 스올에 빠지게 될 것이며, 이는 하나님께서 새 일을 행하시는 것이라 선언합니다. 모세는 회중에게 여호와를 멸시한 자들을 하나님께서 친히 심판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 전합니다(30).
결국 이들이 심판을 받게 된 이유는 하나님을 멸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하나님께서 세우신 종 모세와 아론에 대한 도전을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셨다는 뜻입니다. 우리 눈에는 작아 보이는 일이라도 하나님께서는 공동체의 질서를 깨뜨리고 그분이 세우신 종을 대적하는 일을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으십니다. 권위에 대한 순종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의 표현이며, 지도자를 경배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종을 섬기는 일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과 같은 차원의 일이며, 육적인 눈으로 이를 바라보고 성도들을 미혹하는 자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모세가 말을 마치자마자 땅이 갈라지고, 그 입을 열어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뿐 아니라 그들의 집과 사람들, 재물들을 삼켜 버립니다(31-32). 하나님께서는 공동체 안에서 불의와 악을 진멸하신 것입니다. 또한, 불이 나와 분향하던 고라 일당의 반역에 동조한 지휘관 이백오십 명도 불살라버리십니다(35). 하나님께서는 소멸하는 불이심을 다시 나타내십니다(히 12:29). 은혜를 입은 자가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 세우신 종을 대적하며 하나님을 멸시한 결과가 무엇인지를 회중 앞에 밝히신 것입니다. 모세의 권위에 도전한 자들이 산 채로 스올에 내려갔습니다. 이는 스스로를 높였던 자들이 하나님에 의해 완전히 낮아졌음을 보여줍니다. 모세의 지시에 따라 하나님의 공의 앞에 서야 할 자들이 오히려 애굽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다시는 올라올 수 없는 스올로 끌어내리셨습니다. 하나님을 멸시하고 구원의 은혜를 업신여기면서도 안전할 수 있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탐꾼들은 가나안을 “그 거주민을 삼키는 땅”이라고 묘사했지만(13:32), 실제로 죽음의 땅은 가나안이 아니라 하나님을 멸시한 자들이 서 있었던 그곳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을 자연현상의 하나인 지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지진이 정확히 악인들만을 삼켰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하나님의 초자연적 심판이었습니다. 회중들은 땅이 입을 열어 그들을 삼키고 다시 덮는 것을 직접 보았습니다(33). 그들은 악인의 결과가 어떠한지를 보게 된 것입니다. 고라일당에게는 회개할 기회가 여러 번 주어졌습니다. 제사장들만이 행해야 할 향로의 분향을 시켰을 때, 그들은 깨닫고 돌이켰어야 했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구별하신 제사장들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회개하지 않았고, 오히려 하나님이 세우신 종을 경멸하며 모함했고, 애굽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며 하나님의 약속을 정면으로 거부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자신을 스올로 몰아넣은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고라의 아들들은 다르게 행동하였습니다. 아버지의 반란에도 불구하고 함께하지 않았고, 함께 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고라의 아들들은 죽지 아니하였더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26:11). 이는 나와 친한 사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나님의 뜻이 아님을 알면서도 동조하는 것은 함께 멸망을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동시에, 악을 분별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자는 끝까지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릴 것임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의 믿음과 선택을 보시며, 공동체 가운데 악과 불의를 제거하시되, 그 속에서도 회개의 여지를 남겨두시며 하나님의 주권을 드러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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