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지 사십 년째 오월 초하루에 제사장 아론이 여호와의 명령으로 호르 산에 올라가 거기서 죽었으니
39 아론이 호르 산에서 죽던 때의 나이는 백이십삼 세였더라
40 가나안 땅 남방에 살고 있는 가나안 사람 아랏 왕은 이스라엘 자손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더라
41 그들이 호르 산을 떠나 살모나에 진을 치고
42 살모나를 떠나 부논에 진을 치고
43 부논을 떠나 오봇에 진을 치고
44 오봇을 떠나 모압 변경 이예아바림에 진을 치고
45 이임을 떠나 디본갓에 진을 치고
46 디본갓을 떠나 알몬디블라다임에 진을 치고
47 알몬디블라다임을 떠나 느보 앞 아바림 산에 진을 치고
48 아바림 산을 떠나 여리고 맞은편 요단 강 가 모압 평지에 진을 쳤으니
49 요단 강 가 모압 평지의 진영이 벧여시못에서부터 아벨싯딤에 이르렀더라
50 여리고 맞은편 요단 강 가 모압 평지에서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51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그들에게 이르라 너희가 요단 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거든
52 그 땅의 원주민을 너희 앞에서 다 몰아내고 그 새긴 석상과 부어 만든 우상을 다 깨뜨리며 산당을 다 헐고
53 그 땅을 점령하여 거기 거주하라 내가 그 땅을 너희 소유로 너희에게 주었음이라
54 너희의 종족을 따라 그 땅을 제비 뽑아 나눌 것이니 수가 많으면 많은 기업을 주고 적으면 적은 기업을 주되 각기 제비 뽑은 대로 그 소유가 될 것인즉 너희 조상의 지파를 따라 기업을 받을 것이니라
55 너희가 만일 그 땅의 원주민을 너희 앞에서 몰아내지 아니하면 너희가 남겨둔 자들이 너희의 눈에 가시와 너희의 옆구리에 찌르는 것이 되어 너희가 거주하는 땅에서 너희를 괴롭게 할 것이요
56 나는 그들에게 행하기로 생각한 것을 너희에게 행하리라
이스라엘의 여정 중 가데스바네아에서 모압 평지까지의 여정은 단순한 지리적 이동이 아니라 신앙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결정적 장면들이 연속된 시간이었습니다. 가데스에서 이스라엘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두고 정탐까지 마쳤지만, 믿음이 아닌 두려움으로 그 땅을 해석하며 하나님의 약속을 죽음의 위협으로 바꾸어버립니다(13:31–33). 그 결과 하나님과 모세를 향한 원망과 불신으로 하나님의 진노를 사게 되고, 다시 광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14:1–4). 그날, 그들의 역사는 방향을 잃었습니다. 하나님을 불신한 죄는 무거웠고, 사십 년간의 방황은 그 불신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었습니다(14:33–34). 여호수아와 갈렙만이 살아남았고, 나머지 출애굽 세대는 모두 광야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14:38). 미리암도 죽었고(20:1), 아론도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호르 산에 올라가 백이십삼 세의 나이에 생을 마쳤습니다(38–39). 이 모든 사건은 하나님을 향한 신뢰 없이는 약속의 땅에 이를 수 없음을 말해줍니다.
하나님은 다시 그 백성을 모압 평지로 인도하셨습니다(48–49). 이스라엘은 다시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앞에 놓인 것은 단순한 땅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광야냐 약속의 땅이냐, 생명이냐 죽음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믿음이냐 불신이냐의 선택이었습니다(신30:19–20). 마음의 중심에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는 믿음이 있는 백성이라면 가나안 땅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에 여전히 세상을 향한 동경과 불신이 있다면, 이전 세대처럼 다시 애굽을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출16:3). 이스라엘은 그 여정을 통해 하나님의 약속을 향한 신뢰와 헌신을 배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마실 물과 먹을 음식이 부족했고, 광야의 환경과 대적들의 공격이 이스라엘을 위협했습니다(출17:1–3). 남방에 살고 있는 가나안 사람 아랏 왕도 이스라엘을 공격해 백성을 사로잡았고(21:1), 이 외에도 민족들이 이스라엘을 막아서려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모든 대적을 물리치게 하셨고(21:3),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살아남고 가나안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수12:14).
결국 이 선택은 생명의 땅이냐 죽음의 땅이냐가 아닙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입니다(히3:18–19). 많은 사람들은 믿음의 선택을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 마음속에 여전히 세상을 동경하고, 하나님이 주신 은혜보다 눈에 보이는 결핍에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입니다(고전10:6). 애굽에서의 삶을 그리워했던 이스라엘처럼, 오늘날 많은 이들이 더 풍요롭고 즐거운 삶을 찾아 믿음을 뒤로 미룹니다. 그렇게 결여 의식이 욕심을 낳고, 하나님의 약속을 외면하게 만듭니다(약1:14–15).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땅은 이상이 아닙니다. 이미 실상입니다(히11:1). 그 땅에는 거민이 있고, 성읍이 있으며, 무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13:28–29). 하나님이 그 땅을 주셨다면 그것은 믿음으로 받는 실상이며 현실입니다.
가데스바네아는 불신의 땅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이스라엘은 믿음을 저버리고 하나님을 시험했습니다(14:22–23). 그 불신의 땅에서 시작된 여정은 다시 약속의 땅이 보이는 모압 평지로 돌아오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성경은 그 여정을 자세히 기록합니다. 호르 산에서 살모나, 부논, 오봇, 요단 동편의 아벨싯딤까지 진을 치며 지나온 길을 일일이 나열합니다(41–49). 이것은 여정의 기록이자, 그들이 돌아온 곳이 하나님의 약속이 있는 자리였음을 보여줍니다. 세상을 향한 갈망을 채우려는 시도는 결국 하나님의 목적 안에서 멈추게 됩니다.
가나안 땅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단지 새로운 땅을 밟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율법에서 은혜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요1:17). 율법은 그들이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열었고, 거할 처소가 없는 곳에서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경험하게 했습니다(신8:2–4). 이제 그들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야 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생명을 주는 능력이며, 세상을 이기게 하는 힘이었습니다(시119:105; 요6:63). 말씀에 순종할 때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 주셨습니다(신28:1–6).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환상과도 같은 세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가나안 땅은 현실이었습니다. 그것은 포도송이를 어깨에 둘러메야 할 정도로 풍요로운 땅이었고(13:23), 거인 족속이 살며 철병거를 가진 적들이 있는 실제의 땅이었습니다(신1:28; 수17:16). 믿음이 없는 이스라엘에게는 그 땅이 두렵고, 감히 넘볼 수 없는 이상향이었지만, 믿음이 있는 자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신 땅이었습니다. 비록 이스라엘이 모압 평지에서 바알브올을 섬기고 음행하며 하나님의 진노를 샀지만(25:1–3), 하나님은 그 백성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약속의 땅을 실상으로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명령하셨습니다. "너희가 요단 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거든, 그 땅의 원주민을 다 몰아내고 새긴 석상과 부어 만든 우상을 깨뜨리며 산당을 헐라"(51–52). 가나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하나님만이 주인이 되시는 나라를 세우는 것입니다. 원주민을 몰아내지 않으면 그들이 가시처럼 괴롭게 할 것이라 경고하셨습니다(55). 은혜로 주신 땅일지라도 싸우며 순종해야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믿음은 가만히 있어도 얻어지는 값싼 선물이 아닙니다. 영적 전쟁에서 얻는 열매입니다(엡6:11–13).
또한 하나님께서는 순종하는 자에게 그 뜻을 이루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행하기로 생각한 것을 너희에게 행하리라"(56).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으로 그들은 가나안의 원주민을 몰아낼 수 있습니다. 우상을 철폐하라는 명령은 하나님만이 유일한 참 하나님이심을 선포하라는 것입니다(사45:5). 하나님께서 각 지파의 수대로 땅을 나누되 제비를 뽑아 위치를 정하게 하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54). 그것은 땅이 인간의 공로나 능력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다는 고백입니다(잠16:33).
결국 두 가지 선택만이 존재합니다. 믿음으로 싸워 하나님의 선물을 받든지, 그 땅의 거민들과 함께 고통스럽게 살아가든지입니다. 우리의 선택은 믿음의 선택이어야 하며, 믿음의 방식이어야 합니다(히11:6).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그 땅은 지금도 믿음으로 살아가는 자들에게 실상으로 주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믿음의 순종을 통해 역사하시고, 그 순종 속에서 약속의 성취를 이끌어내십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약속의 땅은 단지 미래의 보상이 아니라, 현재의 믿음 속에서 실현되는 은혜의 현실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그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길 위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우리는 다시 묻고 또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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