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바댜의 묵시라 주 여호와께서 에돔에 대하여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우리가 여호와께로 말미암아 소식을 들었나니 곧 사자가 나라들 가운데에 보내심을 받고 이르기를 너희는 일어날지어다 우리가 일어나서 그와 싸우자 하는 것이니라
2 보라 내가 너를 나라들 가운데에 매우 작게 하였으므로 네가 크게 멸시를 받느니라
3 너의 마음의 교만이 너를 속였도다 바위 틈에 거주하며 높은 곳에 사는 자여 네가 마음에 이르기를 누가 능히 나를 땅에 끌어내리겠느냐 하니
4 네가 독수리처럼 높이 오르며 별 사이에 깃들일지라도 내가 거기에서 너를 끌어내리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5 혹시 도둑이 네게 이르렀으며 강도가 밤중에 네게 이르렀을지라도 만족할 만큼 훔치면 그치지 아니하였겠느냐 혹시 포도를 따는 자가 네게 이르렀을지라도 그것을 얼마쯤 남기지 아니하였겠느냐 네가 어찌 그리 망하였는고
6 에서가 어찌 그리 수탈되었으며 그 감춘 보물이 어찌 그리 빼앗겼는고
7 너와 약조한 모든 자들이 다 너를 쫓아 변경에 이르게 하며 너와 화목하던 자들이 너를 속여 이기며 네 먹을 것을 먹는 자들이 네 아래에 함정을 파니 네 마음에 지각이 없음이로다
8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그 날에 내가 에돔에서 지혜 있는 자를 멸하며 에서의 산에서 지각 있는 자를 멸하지 아니하겠느냐
9 드만아 네 용사들이 놀랄 것이라 이로 말미암아 에서의 산에 있는 사람은 다 죽임을 당하여 멸절되리라
■ 거기에서 너를 끌어내리리라
오바댜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에돔의 멸망에 대해 분명하고 단호하게 선포합니다. 이 짧은 한 장의 예언은 오직 에돔에 대한 심판만을 다루고 있으며, 그 심판은 단순한 민족 간의 전쟁이나 충돌을 넘어서 하나님의 공의로운 간섭과 주권의 역사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에돔은 에서의 후손으로서 이스라엘의 형제 민족이었습니다. 그러나 에돔은 형제된 이스라엘이 바벨론의 침공으로 무너질 때, 도리어 그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의 유익을 꾀하고 이익을 취하려 했던 민족입니다. 형제를 향해 긍휼을 베풀기보다 멸망을 즐기며 조롱하고, 심지어 약탈하는 데 가담한 에돔의 행위는 하나님 앞에서 결코 간과될 수 없는 죄악이었습니다.
에돔은 지형적으로 매우 유리한 지역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험준한 바위산과 절벽,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지역인 세일산에 거주하였습니다. 마치 독수리가 절벽 위에 둥지를 트는 것처럼, 사람의 손이 쉽게 닿지 않는 고지대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그들의 자부심이 되었고, 나아가 스스로를 위협받을 일이 없는 강건한 민족이라 여기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그들의 위치와 지형은 그들에게 실제적인 방어력과 군사적 우위를 제공했으며, 교역로의 중심에 자리하여 무역을 통해 큰 부를 축적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들은 부요했고, 세상적인 지혜와 자산도 갖추었으며, 무엇보다 “우리는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선지자 오바댜를 통해 선포하신 말씀은 그러한 그들의 자부심을 철저히 깨뜨리는 내용이었습니다. “보라 내가 너를 나라들 가운데에 매우 작게 하였으므로 네가 크게 멸시를 받느니라”(2).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자랑하고 신뢰했던 모든 조건들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키시며, 에돔의 실체가 얼마나 작고 연약한지를 드러내십니다. 에돔의 교만은 단지 외적인 자랑이나 자부심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님보다 자기들이 쌓아올린 요새와 명성, 지혜, 물질을 더 신뢰했고, 그러한 교만은 결국 하나님의 심판을 자초하게 된 것입니다.
오바댜는 에돔의 멸망을 예고하면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시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는 단순히 자연재해나 내부 분열로 에돔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사자를 보내어 열국들을 일으키시고, 그 열국들이 에돔을 침공하게 하시는 방식으로 역사에 개입하십니다(1). 이는 하나님의 주권이 인간의 역사 속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장면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자유와 선택, 그리고 세상의 흐름 속에서 감추어진 듯하지만 분명한 손길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십니다.
에돔이 스스로를 믿고 자랑했던 것이 많았기에,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자랑 하나하나를 짚어내며 그것들이 아무 소용이 없음을 말씀하십니다. 에돔이 의지하던 동맹국들조차 그들을 배신하고, 심지어 그들을 밥상에 앉혀 놓고 뒤에서 칼을 겨누는 일이 생길 것이라 경고하십니다(7). 그들은 “지혜로운 자들이라” 일컫던 이들의 조언을 의지했지만, 결국 그 지혜자들도 멸망을 막지 못했고, 나라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전쟁에 능했던 용사들도 무력했고, 그들이 세운 요새는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하나님께서 한번 낮추시기로 작정하시면, 인간이 쌓아올린 어떤 탑도 그 뜻을 거스르지 못합니다.
“네가 독수리 같이 높이 올라가며, 별 사이에 깃들일지라도 내가 거기에서 너를 끌어내리리라”(4). 이 구절은 에돔이 자신들의 지형적 우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자주 자기가 누리는 조건이나 환경, 지식이나 자산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높입니다. 그리고 그 높아진 위치를 신뢰하며 그 자리를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보실 때, 그것은 오히려 심판의 대상입니다. 인간은 하나님 없이 스스로 높아질 수 없고, 높아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언젠가 무너질 환상일 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일반적으로도 긍휼과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에돔에 대한 하나님의 선언은 극히 단호하며 예외적입니다. 도둑이 훔쳐갈 때에도 흔적을 남기고, 포도를 딸 때에도 약간은 남겨두지만, 에돔은 그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철저히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5-6). 이는 단지 군사적 패배의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이 전면적으로 임할 것임을 의미합니다. 에돔은 자신들이 자랑하던 모든 것들이 무력화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하나님께서 경고하신 대로 그들은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실제로 에돔은 바벨론의 침공과 이후의 아라비아인들, 그리고 로마의 확장 과정에서 철저히 파괴되었고, 역사에서 독립된 민족으로 존재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분명 부강했으나, 스스로를 높였고 형제를 배신했으며, 하나님 앞에서 교만했습니다. 결국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심판을 불러왔고, 예언된 말씀대로 그들은 무너졌습니다.
이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교훈을 줍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의지하고 있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조건이나 환경, 나의 지식과 경력, 사람들과의 관계, 재물과 자산이 나를 지탱해준다고 믿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나만의 ‘요새’는 무엇인가?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것들이 무력함을 말씀하시며, 오직 여호와만이 우리의 참된 피난처가 되심을 선포하십니다.
또한, 이 말씀은 공동체 속에서 형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합니다. 에돔은 형제 이스라엘이 멸망할 때 그들을 도운 것이 아니라, 조롱하고 약탈하며 이용했습니다. 그 결과 에돔 자신도 형제의 멸망을 통해 세운 모든 것을 잃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형제가 어려움에 처할 때 손을 내밀고 그를 회복시키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형제의 연약함을 비웃거나 이용하려는 마음은 결국 스스로를 멸망으로 이끄는 길이 됩니다.
오바댜는 출신도 배경도 언급되지 않은 선지자이지만, 그의 입술을 통해 하나님의 분명한 심판의 메시지가 선포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약 4:6). 우리가 서 있다고 생각하는 그 자리가 하나님 앞에서는 무너질 수 있음을 기억하고, 늘 하나님 앞에 낮은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오늘 오바댜의 말씀은 단지 과거 한 민족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오늘날 교회와 성도 개개인에게 주시는 엄중한 경고요, 동시에 회개의 촉구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의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다시금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로 서기를 결단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거기에서 너를 끌어내리리라”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지금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음성 앞에서 돌이켜 낮아질 때,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할 때, 하나님은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고 다시 회복의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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